빙하의 운동과 빙하의 침식작용

빙하의 운동

빙하는 두 가지 형식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내부조직의 변화를 동반하는 소성적 유동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히 기반암 위에서 미끄러지는 활동성운동이다. 빙하는 빙하표면의 경사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그 밑에서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현상도 일어나게 된다. 빙상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빙하의 운동은 얼음의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빙하는 얼음의 온도에 따라 온난빙하와 한랭빙하 또는 극빙하로 나뉜다. 온난빙하는 강설량이 많은 지역에 발달하는 빙하로서 겨울 이외에 기간에는 전체 얼음의 온도가 0º C 에 가깝다. 이러한 빙하가 움직일 때는 높은 압력으로 인해 빙하 밑에서 생기는 밀리미터 단위의 엷은 수막이 윤활제로 작용하여 빙하가 기반암 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돕는다. 활동성 운동을 하는 온난빙하는 빨리 흐르면서 침식력을 크게 발휘한다. 한랭빙하는 남극대륙이나 그린란드의 북부와 같이 기온이 극히 낮은 지역의 빙하로서 기반암에 밀착된 상태에서 주로 소성적 유동에 의해 천천히 움직인다. 활동성 운동이 최소한으로 억제되는 한랭빙하는 침식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빙하가 움직이는 속도는 얼음의 온도 이외에 빙체의 형태와 경사, 설원의 규모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빙하의 침식작용

빙하도 하천처럼 기반암으 깎아내는 마식과 절리가 많은 기반암에서 암괴나 암편을 뜯어내는 굴식을 한다. 마식은 미끄러지면서 움직이는 빙하가 암설을 운반하기 때문에, 굴식은 절리로 침투하는 수분이 동결하고 그 얼음이 빙하와 일체가 되기 쉽기 때문에 일어난다. 마식을 받은 기반암은 매끈하고, 굴식을 받은 기반암은 거칠다. 빙하 밑에 얼어붙은 채로 운반되는 암편 또는 자갈은 기반암에 가느다란 금, 즉 찰흔을 긋거나 좁고 기다란 흠, 즉 그루브를 파 놓는다. 찰흔이나 그루브는 빙하가 없어진 후 그 이동방향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지표로 이용된다. 찰흔은 빙하 밑에서 운반되는 자갈에도 그어진다. 

한편 빙하 밑에서 운반되는 암설은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서 미세한 돌가루로 잘 부서진다. 빙하 밑에서 다량으로 생산되는 미립물질은 암분이라고 한다. 빙하가 직접 운반해 놓은 퇴석은 분급이 매우 불량하다. 퇴석은 빙력토라고 불리운다. 퇴석에는 굴식에 의한 조립물질과 암분에 해당하는 미립물질이 많다는 것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용어이다. 

 

권곡

빙기에 빙하의 침식작용 받은 산지에 널리 나타나는 지형이다. 권곡은 설선 바로 위의 산정부에서 권곡빙하가 움푹하게 파 놓은 지형으로 빙하가 흘러나간 아랫쪽만 트여 있고 나머지 부분은 암벽으로 둥글게 둘러싸여 그 모양이 반원극장에 비유된다. 가파르게 치솟은 권곡의 암벽, 즉 권곡벽은 권곡빙하 상단부의 거대한 크레바스인 베르그슈른트와 관련하여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곡에 괸 호소는 권곡호라고 알려졌다. 

빙식산지의 산릉은 톱니처럼 날카롭고 들쭉날쭉하여 대단히 험준하다. 즐형산릉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지형은 산릉 양쪽에서 성장하는 권곡들이 서로 만날 때 형성된다. 여러 권곡이 하나의 높은 산봉우리를 여러 방향에서 잠식해 들어가다가 그 정상에서 만나면 호른이라고 불리는 뾰족한 바위 산봉우리가 형성된다. 즐형산릉에서 고개에 해당하는 부분은 콜이라고 한다. 

U자곡이라고 불리우는 빙식곡은 하식에 의해 형성된 골짜기가 곡빙하의 침식을 받아 변형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류빙하는 본류빙하보다 두께가 엷고 침식력이 약하다. 따라서 빙하가 없어지면, 여러 지류빙하의 빙식곡은 본류빙하의 빙식곡 위에 높이 걸려 있는 상태로 드러나게 된다. 지류빙하에 의한 이러한 빙식곡을 현곡이라고 한다. 현곡에서는 간혹 높은 폭포가 떨어진다. 

피요르드는 빙식곡에 바닷물이 들어와 생긴 것으로 수심이 깊어서 협만이라고도 불린다. 

빙식평원

빙상의 중심부에서는 토양층과 기반암이 깎였고, 깎인 물질은 주변부로 운반되어 가서 쌓였다. 빙상으로 덮였던 지역에서는 침식대와 퇴적대가 구별되는데 빙식평원은 침식대에 나타나는 지형이다. 빙식평원에는 기반암이 많이 드러나 있다. 빙식평원의 분포지역은 로렌시아대지의 스칸디나비아반도 순상지와 대체로 일치한다.